유럽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의 TikTok 계정은 이상하다. 고객 불만에 공감하는 대신 놀린다. 좌석이 좁다는 불만에 "그래서 싼 거잖아"라고 답한다. 기내식이 비싸다는 댓글에 웃는 이모지를 단다. 자사 서비스의 단점을 스스로 희화화하는 영상을 매일 올린다.
마케팅의 기본 교리는 고객 중심(customer-centricity)이다. 고객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불만에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반복하라고 가르친다. 라이언에어는 이 교리를 정면으로 위반한다. 그런데 이 계정의 팔로워는 200만을 넘고, 영상 평균 engagement는 업계 최상위권이다.
이것은 무례함이 전략이라는 뜻이 아니다. 톤의 일관성(tone consistency)이 알고리즘과 사용자 심리 모두에서 보상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구조를 이해하면, '좋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통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현상: 브랜드가 '캐릭터'가 되는 순간
대부분의 브랜드 소셜 미디어 계정은 비슷하다. 친절하고, 정중하고, 무난하다. 이 톤은 안전하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다. 피드에서 어떤 브랜드가 올린 글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이 현상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유사한 톤을 채택하는 이유는,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위험 회피적(risk-averse)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 콘텐츠는 마케팅팀 → 브랜드 매니저 → 법무팀 → 경영진의 승인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톤은 체계적으로 제거된다. 결과적으로 모든 브랜드의 소셜 미디어가 동질화(homogenization)된다.
경제학에서 이를 '전략적 보완성(strategic complementarity)'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다른 기업들이 안전한 톤을 선택하면, 나도 안전한 톤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균형은 '나쁜 균형(bad equilibrium)'이다. 모든 기업이 같은 전략을 쓰면, 어느 기업도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이론에서 이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의 변형이다: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 집합적으로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라이언에어는 이 균형을 깨뜨린 기업이다. 비행기 앞부분에 큰 눈 스티커를 붙인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모든 콘텐츠에서 동일한 톤(약간의 조롱 + 자기비하)을 유지한다. 이 일관성이 핵심이다.
이 전략이 작동하는 배경에는 라이언에어의 독특한 포지셔닝이 있다. 라이언에어는 유럽 최대의 저가 항공사로, 2024년 기준 연간 약 1억 8,000만 명의 승객을 운송한다. CEO Michael O'Leary는 오랫동안 "우리는 가장 싼 항공사다. 서비스가 불만이면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라"는 노선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왔다. 즉, 소셜 미디어의 '조롱 톤'은 갑작스러운 전략 변화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포지셔닝과 일관된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다.
이론적 기초: 유사사회적 관계의 심리학
라이언에어 전략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유사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의 개념부터 정리해야 한다.
유사사회적 관계는 1956년 Donald Horton과 Richard Wohl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이들은 텔레비전 시청자가 TV 속 인물에 대해 마치 실제 지인과의 관계처럼 일방적 친밀감을 형성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후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유사사회적 관계는 미디어 소비의 핵심 동인 중 하나로 확인되었다(Rubin, Perse, & Powell, 1985).
유사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조건에 대해, David Giles(2002)는 네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1) 일관된 캐릭터(consistent character), (2) 반복적 노출(repeated exposure), (3)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predictable behavior), (4) 직접적 호명(direct address). 라이언에어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일관된 캐릭터는 '건방지지만 솔직한 저가 항공사'다. 반복적 노출은 매일 업로드되는 콘텐츠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측 가능한 행동 패턴은 "어떤 불만이든 자기비하적 조롱으로 응수한다"는 일관된 대응 방식이다. 직접적 호명은 댓글에 직접 답하고, 사용자의 콘텐츠에 반응하는 상호작용이다.
유사사회적 관계가 왜 중요한가? 이 관계가 형성되면, 사용자는 해당 계정의 콘텐츠를 '정보'가 아닌 '관계'의 맥락에서 소비한다. 친구의 SNS를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처럼, 라이언에어의 새 게시물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은 알고리즘 관점에서 가장 가치 있는 행동 패턴이다: 프로필 재방문, 콘텐츠 탐색, 높은 시청 완료율.
최근의 연구는 유사사회적 관계가 브랜드에도 적용됨을 확인한다. Labrecque(2014)는 브랜드가 인간적 특성(human-like traits)을 보일 때 유사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며, 이 관계가 브랜드 충성도와 구매 의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라이언에어의 '캐릭터'는 이 인간적 특성의 극단적 버전이다. 완벽하고 정중한 기업이 아니라, 결점을 인정하고 유머로 무장한 '인간적' 기업이다.
메커니즘: 톤 일관성이 알고리즘 지표를 올리는 과정
1단계: 예측 가능한 캐릭터 → 유사사회적 관계 → 습관적 소비
유사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면, 사용자는 라이언에어의 다음 게시물에서 "이번엔 뭐라고 할까?"를 기대한다. 이 기대감이 프로필 재방문과 콘텐츠 탐색으로 이어진다. 알고리즘은 이 행동 패턴을 높은 engagement로 해석한다.
심리학적으로, 이 기대감은 B.F. Skinner의 가변 비율 강화 계획(variable-ratio reinforcement schedule)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라이언에어의 콘텐츠는 매번 다르지만, 톤은 예측 가능하다. 어떤 콘텐츠는 폭소를 유발하고, 어떤 것은 미소 정도에 그친다. 이 '가변적 보상(variable reward)'이 습관적 접속을 유도한다. Nir Eyal이 Hooked(2014)에서 설명한 '습관 형성 모델(Hook Model)'에서, 가변적 보상은 습관 고리(habit loop)의 핵심 요소다.
알고리즘의 관점에서, 프로필 재방문과 콘텐츠 탐색은 가장 강력한 engagement 신호 중 하나다. 피드에서 수동적으로 노출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특정 계정을 찾아가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해당 계정의 콘텐츠 도달률(reach)을 높이는 데 훨씬 강한 신호로 작용한다.
2단계: 댓글 유도력 → 상호작용 밀도 증가
조롱 톤은 반응을 부른다. "이래도 되는 거야?"라는 놀라움, "맞아"라는 공감, "다음엔 이것도 해줘"라는 요청, "이건 좀 심한 거 아냐?"라는 반발. 이 모든 것이 댓글이다. 무난한 브랜드 게시물의 댓글은 대부분 "좋아요" 수준이지만, 라이언에어의 댓글은 대화가 된다.
이 현상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의견 불일치의 생산적 효과(productive effects of disagreement)'로 설명된다. Sunstein(2002)의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 연구에 따르면, 동질적 의견의 반복은 토론을 억제하지만, 이질적 의견의 존재는 토론을 활성화한다. 라이언에어의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이것이 적절한가?'라는 의견 불일치를 유발하며, 이 불일치가 활발한 댓글 토론으로 이어진다.
TikTok과 인스타그램 모두 댓글 수와 댓글 내 대화 깊이를 engagement 지표에 포함한다. 10개의 단독 댓글보다 5개의 대화 스레드가 더 높은 신호를 보낸다. 대화 스레드는 콘텐츠가 '토론의 장(arena for discussion)'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플랫폼은 이런 콘텐츠를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시킨다.
라이언에어의 소셜 미디어 팀이 댓글에 직접 (조롱 톤으로) 답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적 요소다. 이 '브랜드-사용자 상호작용(brand-user interaction)'은 두 가지 효과를 낳는다. 첫째, 다른 사용자에게 "이 브랜드에 댓글을 달면 반응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형성하여 댓글 참여를 촉진한다. 둘째, 브랜드의 답글 자체가 추가적인 콘텐츠가 되어, 스크린샷으로 포착되어 다른 플랫폼에서 재확산된다.
3단계: 톤의 예측 가능성 → 브랜드 회상률 증가
마케팅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기억'이다. 사용자의 기억에 남으려면 반복 노출이 필요하고, 반복 노출에는 광고비가 든다. 그런데 일관된 톤은 적은 노출로도 기억에 남는다. "아, 그 비행기 눈알 계정"이라는 인식은 한두 번의 노출로 형성된다.
이 현상은 인지심리학의 'Von Restorff 효과(isolation effect)'로 설명된다. Hedwig von Restorff(1933)의 실험에서, 목록 중 다른 항목들과 현저히 다른 항목이 가장 잘 기억되었다.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정중하고 무난한 브랜드 콘텐츠들 사이에서 라이언에어의 조롱 톤은 Von Restorff 효과를 발생시킨다. 차별화된 톤이 기억의 부호화(encoding) 과정에서 더 깊이 처리되어,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에 더 강하게 저장된다.
Byron Sharp의 How Brands Grow(2010)에서 제시한 '정신적 가용성(mental availability)' 프레임워크와 연결하면, 라이언에어의 톤 전략은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높은 정신적 가용성을 구축하는 효율적 방법이다. Sharp에 따르면, 소비자가 구매 결정 시점에 특정 브랜드를 떠올릴 확률(mental availability)이 시장 점유율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다. 라이언에어의 일관된 톤은 '유럽 여행 = 라이언에어'라는 연상을 저비용으로 강화한다.
4단계: 자기비하의 역설 → 진정성 인식
라이언에어 전략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은 '자기비하(self-deprecation)'의 역설적 효과다. 브랜드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은 직관적으로 브랜드 자산을 훼손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 효과가 발생한다.
이 역설은 사회심리학의 '실수 효과(pratfall effect)'로 설명된다. Elliot Aronson의 1966년 실험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면 오히려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단, 이 효과는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다고 인식되는 대상'에게만 작동한다. 무능하다고 인식되는 대상이 실수를 하면 호감도가 감소한다.
라이언에어에 적용하면: 라이언에어는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로서, 항공 운송이라는 핵심 역량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기본적 신뢰 위에서의 자기비하("좌석이 좁다고? 그래서 싼 거잖아")는 실수 효과를 발생시킨다. 브랜드가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은 '진정성(authenticity)'의 신호로 해석되며, 이 진정성 인식이 전체적인 브랜드 신뢰도를 높인다.
이는 Gilmore와 Pine이 Authenticity: What Consumers Really Want(2007)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와도 일치한다. 현대 소비자는 과도하게 포장된 브랜드 메시지에 피로감을 느끼며,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브랜드에 더 높은 진정성을 부여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라이언에어의 TikTok 계정은 항공 업계에서 engagement rate 1위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2024년 기준 라이언에어의 TikTok 평균 engagement rate는 약 4-6%로, 항공 업계 평균(약 0.5-1%)의 5-10배에 달한다. 팔로워 수는 200만을 넘어, 같은 유럽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약 50만)나 에어프랑스(약 40만)를 압도한다.
주목할 점은 이 계정이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가닉 콘텐츠만으로 이 수치를 달성한다. 이는 톤 일관성이 유료 광고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간접적 증거다. 마케팅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라이언에어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ROMI(Return on Marketing Investment)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라이언에어의 콘텐츠 제작 비용은 극히 낮다. 대부분 텍스트 오버레이 + 비행기 눈알 이미지의 조합이다. 고품질 영상 제작이 아니라 톤과 타이밍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는 마케팅에서 종종 관찰되는 '제작 가치의 오류(production value fallacy)'를 반증한다: 높은 제작 비용이 높은 engagement를 보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낮은 제작 비용 + 강한 캐릭터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라이언에어의 사례는 고립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Wendy's의 트위터(현 X) 계정도 유사한 전략으로 성공했다. Wendy's는 경쟁사(특히 McDonald's)를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사용자의 'roast(비꼬기)' 요청에 기꺼이 응한다. Duolingo의 TikTok 계정도 마스코트 '듀오'를 활용한 약간의 위협적 유머("오늘 수업 빠지면 어떻게 될지 알지?")로 바이럴을 만들었다. 이런 사례들은 '일관된 캐릭터 톤'이 특정 기업의 특수한 성공이 아니라, 알고리즘 환경에서 구조적으로 작동하는 전략임을 시사한다.
반론 및 대안적 시각
이 분석에 대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반론이 있다.
반론 1: 저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 아닌가?
가장 빈번한 비판이다. 라이언에어가 조롱 톤을 쓸 수 있는 것은, 이미 '저가·저서비스'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예: 에미레이트, 싱가포르항공)가 같은 톤을 쓰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것이다. 이 비판은 상당 부분 타당하다. Aronson의 실수 효과가 작동하려면, '기본적 능력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듯, 자기비하 톤이 작동하려면 '이 브랜드가 자기비하를 할 여유가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럭셔리 브랜드가 서비스 품질을 자조하면, 이는 '여유 있는 자기비하'가 아니라 '품질 저하의 고백'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 비판이 시사하는 것은 '조롱 톤은 저가 브랜드에만 적용 가능하다'가 아니라, '톤은 브랜드 포지셔닝과 일관되어야 한다'는 더 일반적 원칙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에게 적합한 톤은 조롱이 아닐 수 있지만, 동일한 원칙(일관성, 캐릭터, 예측 가능성)은 여전히 적용된다.
반론 2: 단기적 engagement와 장기적 브랜드 자산은 다르다
TikTok engagement가 높다는 것이 장기적 브랜드 가치(brand equity)를 높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Kevin Keller의 CBBE(Customer-Based Brand Equity) 모델에서, 브랜드 자산은 인지(salience) → 성과(performance) → 이미지(imagery) → 판단(judgment) → 감정(feelings) → 공명(resonance)의 위계를 갖는다. 라이언에어의 소셜 미디어 전략이 인지(salience)와 이미지(imagery) 수준에서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최상위 수준인 공명(resonance, 깊은 심리적 유대)으로 이어지는지는 불확실하다.
이 비판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저가 항공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은 주로 가격과 노선에 의해 결정되며, 브랜드 공명(resonance)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 맥락에서, 인지(salience) 수준에서의 우위만으로도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반론 3: 내부 직원과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
소셜 미디어에서의 '조롱 톤'이 내부 직원의 자부심이나 파트너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사 서비스를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반복되면, 직원들이 "우리 회사가 서비스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인식할 위험이 있다. 이 측면은 외부에서 관찰하기 어려우나, 조직 문화에 대한 잠재적 영향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론 4: 문화적 맥락의 차이
라이언에어의 톤은 영국/아일랜드의 'dry humor(건조한 유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유머 코드는 유럽 시장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Geert Hofstede의 문화 차원 모델(1980)에서,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가 높은 문화권에서는 브랜드의 예측 불가능한 유머가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은 Hofstede 지수에서 불확실성 회피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므로, 한국 시장에서 라이언에어 스타일의 톤을 직접 차용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시사점: 실무를 위한 프레임워크
이 분석에서 도출한 시사점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브랜드 톤을 정하고 절대 바꾸지 마라(Define and Commit).
톤은 한 번 정하면 최소 6개월은 일관되게 유지해야 유사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캠페인마다 톤을 바꾸는 것은 캐릭터를 매번 리셋하는 것과 같다. Horton과 Wohl(1956)의 원래 연구에서도, 유사사회적 관계 형성에는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접촉'이 필수적이었다.
구체적 실행을 위해,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brand voice guide)'를 작성하되, 추상적 형용사("친근한", "전문적인")가 아닌 구체적 행동 규칙으로 정의할 것을 권한다. "고객 불만에는 어떤 톤으로 답하는가?", "경쟁사를 언급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자사의 약점을 어떻게 다루는가?" 같은 상황별 시나리오로 톤을 정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무난함은 최악의 전략이다(Bland is the Worst Strategy).
알고리즘은 반응을 보상한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무난한 콘텐츠는 도달 자체가 줄어든다.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반응을 만드는 톤이 알고리즘에서 유리하다.
이것은 '전략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통찰이기도 하다. Michael Porter가 강조하듯, 전략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what not to do)'를 결정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는 브랜드는 전략적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다. 라이언에어는 명확한 선택을 했다: 일부 소비자의 반감을 감수하더라도, 나머지 소비자와의 강한 연결을 만든다.
다만, 이 원칙을 적용할 때 '편향(polarization)'과 '불쾌함(offensiveness)'은 구분해야 한다. 라이언에어의 톤은 호불호가 갈리지만(polarizing),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차별하지는 않는다(not offensive). 이 경계를 넘으면 engagement가 아닌 boycott이 발생한다.
셋째, 톤이 맞으면 제작 비용은 낮아도 된다(Tone Trumps Production Value).
고퀄리티 영상은 톤이 없으면 다른 고퀄리티 영상에 묻힌다. 낮은 제작 비용 + 강한 톤이 높은 제작 비용 + 약한 톤보다 engagement에서 우위에 선다. 이것은 마케팅 예산 배분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다. 콘텐츠 제작 예산의 상당 부분을 영상 품질이 아닌, 톤 개발과 일관성 유지를 위한 편집/커뮤니티 관리에 배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넷째, 톤은 포지셔닝에서 파생되어야 한다(Tone Follows Positioning).
라이언에어의 조롱 톤이 작동하는 것은, 이 톤이 '최저가 항공'이라는 포지셔닝과 완벽하게 일관되기 때문이다. 톤과 포지셔닝이 불일치하면, 소비자는 혼란을 느끼고 신뢰를 잃는다. 톤을 정하기 전에, "우리 브랜드의 본질적 포지셔닝은 무엇인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포지셔닝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는 톤을 찾아야 한다. 톤을 먼저 정하고 포지셔닝을 맞추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한계
이 분석은 라이언에어의 공개 소셜 미디어 데이터와 외부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톤 전략이 실제 예약률에 미치는 영향은 측정할 수 없으며, 저가 항공이라는 특수한 포지셔닝이 이 톤을 가능하게 한 측면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에 같은 톤을 적용하면 브랜드 훼손 리스크가 존재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 engagement와 비즈니스 성과(매출, 수익) 간의 인과적 연결을 이 분석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라이언에어의 비즈니스 성공이 소셜 미디어 전략 덕분인지, 아니면 낮은 가격과 넓은 노선 네트워크라는 본질적 경쟁력 때문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아마 후자가 더 큰 요인일 것이다. 소셜 미디어 전략은 보조적 역할을 할 뿐,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유사사회적 관계 이론의 브랜드 적용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아직 초기 단계이며, 장기적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강화되는지, 피로감으로 약화되는지)에 대한 종단적(longitudinal) 데이터는 부족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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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fstede, G. (1980). Culture's Consequences. Sage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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